[골목상권 여행기] 뜨는 골목에는 숨은 공중부양 고수가 있다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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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골목에 가면 무엇이 있을까요.

자신만의 부띠크숍을 처음 운영해보는 청년디자이너, 커피에 인생을 걸었다고 말하는 두 평 카페주인, 빈티지를 명품같이 판매하는 청년장사꾼, 세상 하나밖에 없는 작품을 만드는 공방 공예인, 새내기 퓨전 셰프들은 골목상권을 흥행시키는 일등공신입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골목토박이 가게 주인장들과 주민들은 골목공동체의 주인공들이지요. 창의적인 공간과 리모델링, 오래된 홈패션가게 옆의 예쁘장한 케이크 가게는 그야말로 신박하고, 그 골목 고유의 문화를 입힌 거리 예술작품과 청년들의 플리마켓, 마을축제까지 더해지면 갬성(개인의 감수성) 충만한 골목길 여행지가 됩니다.

요즘 뜨는 골목길은 소시민들의 소박한 삶 터를 배경 삼아 개성 있고 매력적인 상업시설과 즐길 거리, 볼거리, 살거리, 먹거리들이 풍족해서 사람들을 모이게 하고, 소소하고 즐거운 소비를 불러일으킵니다. 여기에 SNS는 숨어 있는 골목장인들과 유니크한 골목문화를 알리며 골목여행을 완성시키지요.

서울 북서쪽 은평구에 위치한 서울혁신파크 옆에는 불광역을 중심으로 골목상권이 부챗살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역사와 전통을 이어온 전형적인 불광 먹자골목, 대조동 시장, NC백화점 상권, 녹번로 등 입니다. 서울혁신파크가 그 골목들과 함께하기로 했습니다. 소셜유니크(Social Unique)한 사회 혁신가들이 지역의 골목과 만나면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날까, 설레는 상상을 시작한 거죠.

서울혁신센터 지역협력팀은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위한 첫 실천으로, 지난 3월부터 한 달간 서울과 인천, 부산, 광주, 전주의 유명한 골목길 여행지를 찾았습니다. 맛집과 포토존도 중요했지만, 각 골목이 주는 재미, 지속 가능한 골목 상가의 조건과 그 안에서 골목의 일부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전하고픈 메시지에 귀를 기울였죠. 그 골목이 뜨는(과거 떴던) 요소와 위기를 극복 또는 실패한 이유, 매력 등도 중요한 배움이었습니다. 여기서는 골목길을 여행하고 온 짧은 소회를 공유합니다.

골목여행기는 주관적 분류를 통해 총 3탄으로 구성하였습니다. 1탄은 대로변 상가 연계 골목길인 망리단길(서울 망원역), 샤로수길(서울 낙성대입구역), 평리단길(인천시 부평역), 전포동거리(부산), 객리단길(전주)을. 2탄은 문화요소가 결합한 강풀만화거리(강동구 성내동), 부산 감천문화마을 등. 3탄은 골목선구자들과 골목기획자의 역할이 돋보이는 성수동, 이태원, 연남동 등의 골목길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골목전문가가 아닌 여행자(소비자)의 시선이어서 더욱 유리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소회는 지극히 주관적일 거라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뜨는 골목마다 숨어 있는 공중부양 고수를 찾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골목상권여행기를 마치면, ‘(가칭)서울혁신파크가 불광역 골목길을 만났을 때’ 시리즈로 계속될 예정입니다.

1탄-1부. 다윗과 골리앗은 행복하게 살고 있더래요!

골리앗 덕분에 자리 잡은 다윗, 다윗 덕분에 뜨는 골목상권이 된 골리앗!

– 대로변 상권 곁에서 지혜롭게 성장한 골목길

(망리단길, 샤로수길, 평리단길, 전포동거리, 객리단길)

1) 망리단길(망원역)

망원동(望遠洞) 이름은 조선 시대 성종이 망원정 정자에 오르면 ‘멀리 산과 강을 잇는 경치를 잘 바라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지하철 망원역 3번 출구로 나서니 대로변에서 하나 또는 두 번째 블록까지는 특별할 것 없는 대로변 연계 먹자골목 상가와 시장 등이었어요. SNS로 속살 드러난 유명 맛집은 패스! 걷다가 그냥 들어가고 싶은 매력적인 점포는 어디 있을까, 사람들은 왜 이 골목을 좋아할까를 질문하면서 계속 걸었습니다.

“걷고 싶은 거리는 얼마나 자주 다양한 가게가 들어서 있느냐의

물리적 조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유현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느덧 두울 또는 세 번째 블록 골목에서부터 콘셉트이건 외관이건 사진 촬영과 소비욕구를 부추기는 가게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공예공방, 청년 편집숍, 어른이 장난감 집, 파티용품 가게, 동네빵집, 간식 전문점 등 들어가서 구경하고 싶은 가게들입니다. 대로변 상권에 의지해 골목길 틈바구니에 또는 길 끝에 하나, 둘씩 조심스럽게 들어서서 의젓하고 뚝심 있게 자신들만의 거리를 만들어 낸 거죠. 홍대에서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이들이 처음 이주한 거리로, 여전히 같은 문제를 품고 있지만 조금 더 단단해진 골목장인들이 버텨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망원시장 상인들과 함께요.

망리단길

도로 2차선 양옆으로 줄지어 있는 가게들을 밖에서 구경하며 걷다가 사거리 즈음 수제양갱을 파는 카페로 홀리듯 들어갔어요. 주인장은 “커피가 너무 좋아 커피만 30년째 하고 있다”고 합니다. 수제양갱은 아들이 만드는 제품인데, 제법 맛은 좀 낸다고 수줍게 자랑하시네요. 홍대 쪽에 있다가 이 동네로 왔고, 죽을 때까지 커피점을 운영하실 거라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산전수전 녹인 단단한 자부심에 묵직한 감흥까지 한 스푼 더한 아주 맛난 커피와 수제양갱을 먹었답니다.

망리단길

망리단길 덕분에 젊은층들이 모여들자, 망원시장에서는 닭강정 등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메뉴도 개발되고, 플라스틱 프리(장바구니 대여)도 해보는 등 센스 있는 상생노력까지 하고 있어요. 망리단길은 먹거리 위주의 기존 상권에 홍대와 경리단길의 감성이 더해져 뜨는 골목 요소를 채워준, 그래서 머물고 다시 찾게 하는 망원상권의 시그니처가 되었어요.

# 생각나는 서울혁신파크’s 멤버s

-슬로리프로젝트(현수막, 자투리 원단 재활용)

-터치포굿(업사이클 패션제품)

2) 샤로수길(서울대입구역)

서울 골목상권 중 유동인구가 가장 많다는 샤로수길. 서울대입구역 1번 출구로 나와 대로변을 지나니 첫 번째 길에는 먹자골목이, 두 번째 골목까지 들어서자 샤로수길이었어요. 30년도 더 되었음 직한 분위기의 골목길(관악구청 삼거리부터 인현초등학교까지 총거리 0.4km)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세련된 인테리어 또는 디자인보다는 70년대 추억이 돋는 사랑사진관, 고봉식당, 리춘시장 등 간판과 점포명이 눈길을 끄네요. 조금 더 걸으면서 거리 모습이 익숙해지자, 높낮이 다채롭게 나란히 서 있는 빌라건물들의 1~2층이 점포로 형성된 전형적인 먹자골목이 보입니다. 서울대입구역 대로변 먹자골목 상권의 아우처럼 색다른 상점이 평범한 골목길 점포 사이사이에 끼어 색다른 먹자골목이 이어진 거죠.

샤로수길

이국적 메뉴와 퓨전음식점들도 눈길을 끄네요. 2010년 수제버거 집(저니)과 막걸리 카페(잡)를 선두로 남미음식점(수다메리까)과 이탈리안 레스토랑(비스트로 모힝) 등이 생기면서 ‘길’이 알려지고, 2015년에 샤로수길로 명명되었어요. 골목상권 성공의 핵심인 샤로수길의 골목선구자는 바로 이 점포들이었어요. 당시 홍대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료가 이 골목에 자리 잡게 된 이유였다네요. 또한, 서울대 등 청년들이 모여들면서 흥행을 이어나간 것도 큰 몫을 했어요.

‘잘 먹고 기운 내’ ‘고봉식당’ 등 이 거리는 집 떠나온 주머니 얇은 학생들과 청년들에게 위로가 되었겠다는 상념에 젖어 걷다 보니, 마침 막걸리 바에서 잔술을 앞에 두고 홀로 앉아 있는 백발 노신사가 눈에 들어오네요. 술 문화의 퓨전이 이렇게 세대를 아우르는 모습에 노신사가 외롭기보다는 트렌드쟁이로 보여서 더 좋았다면 과장일까요.

샤로수길

샤로수길은 거의 일자 형태로 되어있어 골목길 코너를 돌고 돌면서 기대되는 재미는 없었어요. 굳이 골목의 매력을 콘셉트화 해본다면, 퓨전 뉴트로(new+retro)라고나 할까요. 거기에는 관악 청년들과 상인회의 노력이 더해진 것도 있겠지요.


* 골목상권 여행기 시리즈*

[골목상권 여행기] 1탄-2부: 대로변 상가 연계 골목길 평리단길(인천시 부평역), 전포동거리(부산), 객리단길(전주)

[골목상권 여행기] 2탄 : 문화요소가 결합한 강풀만화거리(강동구 성내동), 부산 감천문화마을 (업로드 예정)

[골목상권 여행기] 3탄 : 골목선구자들과 골목기획자의 역할이 돋보이는 성수동, 이태원, 연남동 (업로드 예정)

글, 사진ㅣ지역협력팀 장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