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갈등 해소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죠” [밀레니얼은 참지 않지_시리즈 2]

144

코로나 팬데믹, 기후 위기, 아시안 혐오까지. 연일 뉴스 1면을 장식하고 있는 안타까운 소식들이 국경을 넘어 피부로 느껴지는 요즘. 더 이상 한 도시의 아픔은 그 나라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유기적이고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각종 사회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전 세계 사회혁신기관과 혁신가들의 강한 연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아시아의 사회혁신가들이 서로 협력하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력자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는 이가 있다.

인터뷰 [밀레니얼은 참지 않지] 시리즈에서는 우리 사회 곳곳의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주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파크 밀레니얼 세대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두 번째 주인공으로 일본과 대만에서 유년시절을 보내고 지금은 한국에서 결혼이주여성으로 살아가며 아시아 혁신가들의 든든한 글로벌 네트워킹을 만들어가고 있는 이로(IRO)의 우에마에 마유코 대표를 만난다.

국경과 언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로(IRO)'의 우에마에 마유코 대표

Q. 국경과 언어를 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로는 어떤 일을 하나요?

이로는 서울을 기반으로 아시아권 국제 교류 기획과 컨설팅, 코디네이터 업무를 하고 있어요. 주로 국내외 사회혁신과 다양한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 세미나와 포럼 기획/운영을 전문으로 해요. 한국의 사회혁신과 사회적 경제 생태계에 관심 있는 분들이 한국과의 교류를 통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지점을 찾도록 돕고 있어요. 정부기관과 지자체, 대학교에서 벤치마킹과 정책 연수를 위해 오기도 하고 일반 시민 모임으로 방문하는 경우도 있고요.

Q. 회사명인 '이로(IRO, 異路)'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로(異路)는 '다른 길'이라는 뜻으로,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국제 교류를 통해 다양하고 새로운 길을 찾고 새로운 만남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한국어로는 ‘이롭다’는 뜻이 담겨있고요. 제 개인적인 삶도 남들처럼 나이에 맞춰 대학-취업-결혼과 같이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요. 현재는 이로만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가는 중이에요.

Q. 사회혁신 분야에 관심을 갖고 국제 교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2011년, 제 고향인 일본 후쿠시마에 원전 사고가 나면서 가족들이 갑자기 대만으로 이주하게 되었어요. 가족들의 선택에 의해서 간 게 아니라 외부 요인 때문에 인생이 뒤바뀌는 경험을 한 거죠. 세계 어디에서도 다시는 유사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당시 일본의 현황과 원전 사고로 이주한 경험을 공유하는 국제 교류 자리에 많이 참여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언어와 자라온 환경에서 얻은 경험을 활용해 국경을 초월해서 교류하고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나가는데 큰 매력을 느꼈어요. 파크 입주단체였던 재단법인 시민방송(RTV)에서도 동아시아 시민 미디어 네트워크라는 국제 교류 업무를 담당한 경험이 있어요.

Q.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현재 아시아의 도시들은 다양하고 유사한 사회적 과제를 안고 있어요. 기후 위기, 청년 실업 등 각자 원인이나 상황은 다르지만 연결고리가 있거나 비슷한 부분도 많아요. 이제는 어느 한 나라만의 문제를 넘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로 연대하고 협업해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해야 해요. 전 세계적으로도 UN의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 달성을 위해 국제 협력 확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에 국제 네트워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하나의 사례를 말씀드리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문자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AUD사회적협동조합과 대만 사회혁신 연수 행사에 참여한 적이 있어요. 대만 오드리 탕 디지털 장관과 진행한 미팅에서 청각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하는 대만의 소셜 벤처 사례를 듣고, 여러 나라에서 온 기술 기반 소셜 벤처 기술자들도 만날 수 있었죠.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유사한데 해결 방법이 전혀 다르더라고요. 사업을 운영하면서 어려웠던 지점들을 공유하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대화를 나누며 서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기회였어요. 단순한 교류를 넘어 서로의 경험과 기술, 지식 등을 공유하며 새로운 협업을 이루어낼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거죠.

*UN SDGs : SDGs는 지속 가능한 지구의 발전을 위한 국제적 약속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필요를 채우면서도 미래 세대가 자원을 사용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지속 가능발전의 개념을 구체화시켜 세계 유엔 회원국가들이 모여 합의한 17가지 목표를 의미.

Q. 그동안 일본, 대만, 한국 등 아시아권의 사회혁신 기관들과 소통해왔잖아요. 나라별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있나요?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방식과 속도의 차이가 느껴져요. 한국과 대만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빨리 변화하고 젊은 에너지가 넘친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특히 한국은 사회혁신 기관들이 협력해서 빠르게 변화를 만드는 편이에요. 대만은 시민 주도로 정부와 함께 사회혁신을 만들어 내는 방식 자체가 독특하고, 사회문제나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아요. 2014년 해바라기 운동** 이후로 대만 내에 크고 작은 변화들이 많이 생겼어요.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과 에너지가 넘치는 거죠. 일본은 오랫동안 시민운동을 하신 분들이 새로운 사회 운동의 모습으로 사회 혁신이나 사회적 경제 분야에 관심이 생겨서 한국을 방문한 사례가 많고 연령대도 더 높은 편이에요.

** 해바라기 운동 : 2014년 3월 18일, 대만의 학생과 시민운동가 300여 명이 대만 입법원(국회)를 점령한 사건. 마잉주 총통의 국민당 정부가 시민들의 뜻을 묻지 않고 중국과 서비스무역협정을 밀실협상으로 강행하려 한다며 철회를 요구함.

Q. 사업 형태가 직접 나라 간 방문을 통해 대면으로 진행하는 일이 많을 텐데, 코로나19로 비대면이 활성화되면서 이로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코로나 때문에 계획했던 일들이 모두 무산되면서 사업을 점차 온라인으로 전환했어요. 온라인은 여러 가지로 제한적일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다른 나라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덕분에 오히려 참여의 벽이 낮아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어요. 도쿄에 있는 사람만 방문하고 참여할 수 있었던 행사에 오사카, 오키나와 혹은 미국에 사는 일본인까지 한 번에 참여가 가능한 거죠. 코로나 이후 대면 만남을 위한 향후 연계점도 모색할 수 있고요.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형태로 변하면서 온라인 만남의 새로운 가능성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Q. 입주단체에서 일하다가 서울혁신센터 직원을 거쳐 입주단체 대표로 코워킹스페이스에 오기까지 오랜 시간 파크와 함께하고 있네요. 대표님에게 서울혁신파크는 어떤 의미인가요?

파크는 집을 제외하고 한국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곳이에요. 끊임없이 제가 해보고 싶은 것들을 실험하면서 제 한계에 도전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해요. 무엇보다 파크를 비롯한 전국 혁신센터의 다양한 입주 단체들을 만나면서 시야가 굉장히 넓어졌어요. 우리 사회를 바꿀 방법은 사회 운동을 하거나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지만, 파크에서 수많은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 기업, 소셜 벤처를 보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Q. 요즘 밀레니얼 사이에서 N잡이 열풍인데요. 대표님도 행사 기획, 강의, 통역까지 다방면의 일을 하고 계시네요. N잡러로서의 삶은 어떠한 가요? 일본 잡지에 칼럼도 기고하신다던데 주로 어떤 내용인가요?

저는 호기심이 많아서 새로운 것을 곧잘 시도해보는 편이에요. N잡을 하는 것이 위험 분산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 하나의 일을 하면서 다른 새로운 기회가 생긴 적이 많아요. 서로 다른 일처럼 보이지만 사실 다 연결되어 있거든요.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 하고 늘 새로운 기회를 찾아 헤매야 하는 단점은 있지만 그래도 재밌어요. 주체적으로 알차게 사는 느낌이 들거든요.

일본 잡지에는 코로나 이후 한국 시민 사회 현황을 소개하거나 한국의 플라스틱 환경 규제 정책을 다루는 칼럼을 썼어요. 윤동주 시인이 나온 도시샤대학 종합정책대학원 사회혁신학과에서 한국의 사회혁신과 사회적 기업의 동향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한 적도 있고요. 주로 한국의 사회혁신 현황과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우에마에 마유코 대표가 한국의 코로나19 현황과 플라스틱 규제 정책에 대한 칼럼을 기고한 일본 잡지. (출처 : IRO 홈페이지)

Q. 사실 한·일간 갈등의 골이 깊잖아요. 민간 차원의 교류를 통해 감정을 누그러트린다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교류를 하면서 변화를 체감했던 사례가 있나요?

한·일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 교류의 방식은 다양하다고 생각해요. 일본인들이 한·일 역사를 올바르게 배우고 일본에 돌아가 여러 활동을 통해 이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교류를 계속 해왔어요. 작년 초, 일본의 한 대학 교수님과 대학생들이 와서 한·일 관계에 대해 배우는 투어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식민지 박물관, 서대문 형무소 등을 방문하며 일제강점기부터 민주화 운동까지 한국의 역사를 배우는 시간을 가졌는데, 한 학생이 일본에서 배우지 못했던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알고 마음에 변화가 생겼다며 눈물을 보였어요. 일본으로 귀국 후에도 학교에서 모임을 만들어 한·일 역사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고 들었고요. BTS나 한식 등 한국 문화에만 관심 있던 사람들이 일본 강제징용과 같은 역사적 문제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고요. 이런 크고 작은 변화들을 직접 목격하면서 민간 교류의 잠재적 가능성을 느꼈어요.

Q. 앞으로 이로는 어떤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가고 싶은가요?

아시아권의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고 사람들 간의 갈등을 넘어 국가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싶어요. 민간 차원에서 먼저 바뀌어야 국가도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출발은 사람이거든요. 사회혁신 분야 교류를 통해 지속적으로 협업 기회를 만들고 아시아 전반적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싶어요.

다음으로 저와 같은 아시아권 결혼이주여성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싶어요. 자신의 출신 국가와 한국 사회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려고 해요.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동시에 경제적 자립을 이루고 스스로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싶어요. 2020년 '아시아의 사회혁신가들은 코로나19 위기를 어떻게 이겨내고 있을까요?'라는 주제로 진행한 '아시아 사회혁신 네트워크(ASIN) 온라인 국제포럼'***에서도 결혼이주여성이 함께 참여했어요. 앞으로 이로가 더 성장하면 뜻을 함께하는 다양한 아시아권 결혼이주여성들을 고용하고 싶어요.

***아시아 사회혁신 네트워크(ASIN) 온라인 국제포럼 : 2020년 2차례에 걸쳐 진행한 온라인 포럼 행사로 서울혁신센터, 대만 타이중 사회혁신실험기지, 일본 고베 소셜 캠퍼스, 홍콩 MaD(Make A Difference Institute) 등이 참여하여 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19 현황과 사회혁신 활동 사례를 공유한 포럼 행사.

Q. 마지막으로 파크와 함께 하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나요?

UN의 SDGs 17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른 아시아권 청년 사회혁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어요. 어느 나라든지 비슷한 또래의 이야기는 늘 궁금하거든요. 제가 평소에 즐겨보는 유튜브 콘텐츠도 한국에 이주해 온 베트남인이나 대만으로 이주해 간 말레이시아인 이야기예요. 한국에서 일하는 비슷한 또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퍼블리도 구독하고 있어요. 그동안 맺어놓은 아시아 네트워킹과 MOU를 활용해서 파크와 함께 인터뷰 콘텐츠를 공동 제작하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싶어요.


🧡 이로(IRO) 홈페이지 : https://iroeum.com/

👇👇 우에마에 마유코 대표의 글로벌 사회혁신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

인터뷰 ㅣ 서울혁신센터 홍보문화팀 박미란

사진 l 서울혁신센터 홍보문화팀 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