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개인인 제가 뭘 할 수 있을까요?_해볼까! 여우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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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잠자리에 들기 전 내일 일정을 되짚어본다. 아침식사로 챙겨 먹을 만한 것이 마땅하지 않은데 어쩌나?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더듬어 켠다. 온라인으로 치즈와 우유를 시킨다. 주문에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5분. 이제 편안하게 눈을 감는다. 나는 손가락 몇 번만 두드리면 문 앞에 내가 원하는 물건이 기다리는 사회에 적응한 호모콘스무스, 소비하는 인간이다. 호모콘스무스가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새로 나온 앱과 장단점을 파악하는 정보력?

사실 자본주의 사회가 강요하는 훌륭한 호모콘스무스가 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외면하는 능력이다. 내가 하루 동안 만들어내는 쓰레기가 얼마인지 생각하지 않을 능력. 눈 앞에 닥친 이익만 먼저 보는 능력. 계란 한 판에 딸려 오는 어마어마한 완충재와 포장 비닐, 박스에 입이 벌어지다가도, 어쨌거나 누구보다 싱싱한 계란을 싸게 샀다는 만족감에 빙그레 미소 지을 수 있는 무던함이 필요하다. 30년 후 내가 버린 쓰레기가 지구를 덮을 거라는 경고가 만연하지만, 어쨌거나 나는 오늘 계란을 싸게 사지 않았는가!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내가 매 순간순간 죄를 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고, 채식해야 한다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자고 다짐하다가도, 사흘도 가지 않아 원래 생활로 돌아가곤 한다. 자연과 환경을 생각하는 주식회사 '여우의숲'은 그럴 때마다 다시 다짐하고, 다시 자극받고, 다시 변하자고 말한다.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또한 개인의 노력이 기후위기를 막을 수 있을까?

서울혁신파크 입주단체나 관련 커뮤니티를 만나 소개하고, 시민들에게 그와 관련된 작은 시도를 추천하는 프로젝트 '해볼까'에서 이번엔 여우의숲 최수안 대표를 만났다.

Q. 여우의숲 소개를 부탁드려요.

여우의숲은 2019년 10월에 만들어진 주식회사입니다. 주식회사라고는 하지만 주주가 아홉 명인 작고 귀여운 회사예요. 숲을 좋아하고 숲이라고 표현되는 자연이 주는 어떤 것에 안정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모였지요. 저희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로운 도시를 만들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생태 문화 돌봄프로젝트를 기획 하고 있어요.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집현전에서 인터뷰 중인 여우의숲 최수안 대표

Q. 이름이 왜 여우의숲인가요?

'여기 우리의 숲'의 줄임말입니다. '여기'는 바로 이곳. 제가 살고 있는 곳을 의미하구요. '우리'는 공동체, 함께를 의미합니다. 여우의숲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막내 아이가 세 살 때부터 엄마들과 공동 육아를 했어요. 숲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지내는 '숲동이 놀이터'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숲동이 놀이터를 같이 했던 엄마들이 모여 회사를 만들게 되었고, 숲이 들어간 이름을 고민하다가 여우의숲으로 결정하게 되었어요. 처음엔 산림청의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되어서 시작할 수 있었죠.

Q. 숲, 자연, 환경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공동체 텃밭에도 참여하고 계신다고요.

서울혁신파크가 있는 은평구에 우리동네텃밭협동조합이라는 곳이 있어요. 제가 그곳의 조합원이거든요. 이 협동조합원 중 60명 정도의 도시농부들이 원흥에 있는 300평 정도의 땅에서 여러 활동을 하고 있어요. 농사도 짓고, 음식물쓰레기로 퇴비도 만들고, 빗물저장고와 생태화장실도 만들고, 도시농부교육을 하거나 받기도 하고요. 이곳을 저희는 '가운데밭'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저희가 굳이 공동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보통 국가에서 운영하는 텃밭은 4월에 시민들에게 분양을 하고 11월까지 쓸 수 있게 한 후에, 겨울이 지나면 다른 사람에게 다시 땅을 분양하거든요. 땅을 가꾸는 사람이 계속 바뀌는 거죠. 저희는 자신이 인연 맺은 땅과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내가 맡은 땅의 흙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달라요. 그곳에서 관계 맺고 교육을 주고받고 밥도 같이 먹고 농사도 같이 짓고 소출이 많을 때는 나눠 먹기도 해요. 공동체 텃밭인 거죠.

Q. 공동체 텃밭을 시작하게 되신 계기도 궁금합니다.

숲동이놀이터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생태에 관심을 가지게 되더라고요. 밥상에 앉아도 내가 먹는 이 쌀이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지기도 하고요. 내가 먹는 이 반찬은 어디서 생산되고 내게 오기까지 어떤 히스토리를 가졌는지도요. 그러다 보니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도 의미 있게 보게 되더라고요. 내가 먹는 것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까 직접 키워서 먹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었어요. 도시는 생산을 거의 하지 않고 소비를 주로 하잖아요. 저도 다른 사람이 생산하는 걸 소비만 하면서 살았죠. 그때 저희 주주이기도 하고 협동조합 멤버이기도 한 분이 도시 농부 양성 과정을 들었고, 저에게 추천을 해주셔서 같이 도시 농부가 되었습니다. 지금 제가 수확하는 작물들은 저희 가족이 먹는 음식 중 10%의 비율이 채 될까 말까 하지만요. 내 손으로 내가 씨를 뿌리고 기르고 수확해서 내 식탁에 올라오는 것, 자연을 순환하게 하는 것에 작은 부분이나마 역할을 한 것 같아 의미가 있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는 그게 더 중요해질 거에요.

음식물쓰레기 없는 요리하기 수업

Q. 기후위기라는 말, 많이 듣기만 하고 직접적으로 위기를 느끼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뇨. 저는 정말 많이 느껴요. 오늘도 텃밭에 갔었는데 무잎이 다 얼어버렸더라고요. 사실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거든요. 제가 서부장애종합복지관에 텃밭강사로 2년째 활동하고 있는데요. 그 곳의 참가자들과 텃밭 수업을 하면서 고구마를 캐는 활동도 했는데, 예년과 다르게 고구마가 벌레도 많이 먹고 소출도 적었어요. 이번 오월이 추웠던 거 기억하세요? 추워서 열매 채소를 심을 타이밍을 놓쳤죠. 작년에는 참깨 농사가 잘 안 되어서 국내산 참깨로 짠 참기름이 한동안 생산을 멈춘 적도 있었어요.

여우의숲에서는 은평구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다시 생각하는 전환마을 상상학교'에서 '개인이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100가지 솔루션'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솔루션에 귀가 번쩍 뜨였던 기억이 났다. 그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었다.

Q.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요? 개인이 환경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100가지 솔루션을 소개해주신 적도 있어서 여쭤보고 싶어요.

자동차 덜 타고 자전거 배우기요. 자전거 타기도요. (환경뿐 아니라) 나를 변화시키기도 하는 활동이잖아요. 냉장고 파먹기도 추천하고 싶어요. 요즘 우리는 냉장고에 음식을 엄청 쟁여두잖아요. 요즘에 냉장고는 용량이 기본 800리터가 넘잖아요. 저 어릴 때는 300리터 냉장고도 크다고 생각하며 썼거든요.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 음식이 잔뜩 쌓이고 제대로 조리해서 먹을 기회도 없이 버려지는 음식도 많죠. 배부를 때 장 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어요. (기업에서) 플라스틱이나 유리용기의 용량, 포장 매뉴얼을 통일해서 재활용을 용이하게 하는 것도 필요해요. 기업마다 포장용기를 다른 재질, 다른 용량으로 만들다 보니 재활용이 어려워요. 또 자동차 트렁크 짐 줄이기. 이메일 삭제하기. 공과금 고지서 이메일로 받기. 충분히 실천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죠?

Q. 대표님도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고 계신가요?

완벽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노력을 하고 있죠. 일단 가방에 작은 도시락을 늘 들고 다녀요. 음식을 포장하거나, 먹고 나서 남는 음식 쌀 때 유용하게 쓰고 있죠. 손수건은 몇 장씩 가지고 다녀요. 보자기로 활용하기도 좋거든요. 제로웨이스트 한다고 지퍼백을 안 산지 일 년 정도 되었어요. 물론 불편할 때도 있어요. 지난 연휴 때 가족들과 다 같이 마늘을 깠는데요. 예전에는 이렇게 마늘을 까면 지퍼백에 넣어서 냉동실에 얼려두곤 했거든요. 지퍼백 안 쓰니까. 그럴 때 불편하죠. 그러나 편하게 소비만 하는 삶을 살다 보면 답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요. 의식주를 모두 전환해야 하겠더라고요.

제로웨이스트, 삶으로 초대하기

제로웨이스트에 대한 필요성은 느끼고 있지만, 시작하는 것보다 어려운 건 사실 지속하는 일이다. 자꾸 무너지는 결심을 어떻게 다독이면 좋을까? 이게 정말 개인 차원에서 노력해서 되는 일일까? 최수안 대표에게 묻고 싶었다.

Q. 제로웨이스트를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지속가능하게 하려면 법이 만들어져야해요. 기업에서부터 일회용 포장지를 안 만들어야 해요. 개인이 하기에는 한계가 많죠. 환경을 생각하는 포장을 한다는 기업도 있지만 물건을 사서 집에 와 정리하다 보면 사실 큰 차이가 없어요. 좀 더 잘 분해되고 환경에 덜 부담되는 포장재를 썼다 뿐이죠. 이건 구매하는 사람이 요구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불편한 삶으로 가는 건 이미 편한 삶이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죠. 그러다 보니 지금 내가 불편하기가 싫고, 환경에 대해 큰 목소리를 만들어가기 어려운 거죠. 끊임없이 공부하고 자극받고, 다시 마음을 돌려야 하는 일이에요. 사람은 생각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어요. 알고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생명체라고 생각해요. 계속 꾸준히 그쪽을 향하여 선택한다. 그런 게 필요한 것 같아요.

Q. 서울혁신파크에서 함께 하고 계신 활동이 있나요?

서울혁신파크 안 연수동의 숙소를 이용해서 1박 2일 제로웨이스트로 살아보기 체험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그런데 후에 코로나 방역 상황으로 숙소를 이용한 체험 프로그램 진행은 어려워졌어요. 온라인으로 바뀌다 보니까 1박 2일이라고해도 온라인에 계속 접속해서 이 활동을 하는게 쉽지 않잖아요. 온라인으로 접속해서 쓰레기 안 만드는 시장 보기를 해보는 프로그램도 있었는데, 시장에 처음 가봤다는 사람도 있었어요. 실시간으로 음식물쓰레기가 남지 않는 요리를 해서 저녁식사를 각자 집에서 온라인으로 함께 하기도 했어요. 내 몸 두드리기 하면서 바디퍼커션도 하고요. 둘째 날은 각자의 자리에서 미션을 수행하고 저녁에 줌으로 모여서 소감을 나누기도 했고요. 이 활동을 하기 위해 저희가 키트를 미리 보내드렸는데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용하기 쉽지 않은 키트라서 어떻게들 활용하고 계신지 궁금해요.

1박 2일 제로웨이스트로 살아보기 체험 프로그램

Q. 해볼까시리즈는 사회혁신 관련 활동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고 있어요. 여우의숲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가 무엇부터 알아보거나 시작할 수 있을까요?

기후위기 대응 활동으로는 채식을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천하기 쉽고 실천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 같아요. 또, 생물 수세미 써 보는 거 추천합니다. 보통 일반적으로 쓰는 친환경 수세미라고 천 원 이천 원씩 파는 뜨개로 뜬 수세미가 플라스틱 재료로 만들어졌거든요. 사용할 때 마다 떨어지는 작은 조각들이 미세플라스틱으로 바다에 흘러가게 되는거예요. 거품이 잘 나는 샤워볼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오게 되는 재질이구요. 그래서 그런 거 말고 쓰다가 떨어져 나가도 흙으로 돌아가 흔적이 남지 않는 진짜 생물 수세미를 써보시라고 제안 드리고 싶어요. 샤워할 때도 아주 좋습니다!

최수안 대표는 가벼운 마음으로 '해볼까?'라며 환경을 생각하는 활동을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내가 하는 행동이 반드시 기후위기를 멈출 거라고 혹은 사회를 바꿀 거라고 믿기보다 이 행동을 했을 때 내가 느끼는 감정이 달라지는 것에 중심을 두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 보면 미리 지쳐버릴 수도 있으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어쩌면 이런 말일지도 모르겠다.

"괜찮아, 실패해도 돼. 일단 해볼까?"

글 ㅣ 박초롱 딴짓 편집장

사진 ㅣ 서울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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