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혁신 트렌드리포트] 플라스틱에서 자유로운 삶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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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우리 사회가 ‘올 스톱’ 된 것과 반대로 세계의 자연환경은 ‘회복’에 나섰다. 세계 곳곳의 대기오염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멸종 위기 동물이 곳곳에서 포착되었다. 코로나19로 우리의 환경은 점차 나아지고 있는 것일까?

언택트 시대가 도래했다. 사람 간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외출을 줄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배달 음식 포장 용기와 택배 상자가 쌓이는 속도는 더 빨라졌다. 매일 쓰는 마스크에 손 소독제까지, 1인당 배출하는 하루 폐기물 양도 늘었다. 산업 현장의 기계들은 멈췄을지 몰라도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플라스틱은 여전히, 아니 이전보다 더 많이 소비되고 버려진다. ‘플라스틱 프리’를 꿈꾸며 스스로를 ‘쓰레기 덕후’라 칭하는 알맹상점의 고금숙 대표에게 우리 사회가 직면한 환경문제와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일상 속 실천법을 들어본다

고금숙 / 환경활동가, 알맹상점 공동대표

쓰레기를 ‘덕질’ 한다는 소개가 인상적인데, 그 중 플라스틱에 집중하는 이유가 있나요?

환경단체에서 근무하며 유해 화학물질 반대 운동을 했어요. 이 유해 화학물질은 우리 생활과 밀접한 플라스틱에서 많이 배출됩니다.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을 탐구하게 됐고, 내가 버리는 쓰레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그래서 환경 단체에서 활동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내 삶의 터전인 우리 동네 환경을 지키는 일부터 하기로 마음먹었어요. 지금은 제가 거주하는 곳을 중심으로 환경문제의 대안을 찾는 활동을 지속하며 리필 스테이션인 ‘알맹상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리필 스테이션 ‘알맹상점’의 설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알맹상점의 시작은 ‘망원시장 프로젝트’였어요. 망원시장에서 쓰이는 수많은 비닐봉지를 대체하기 위해 장바구니를 대여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습니다. 2년간 이어온 캠페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어요. 초기에는 용기를 들고 가면 상인들이 귀찮아하고 때로는 진상 손님 취급을 했거든요. 이제는 망원시장에서 2000원짜리 닭강정을 먹더라도 용기를 내밀면 자연스럽게 담아주는 분위기예요. 시장을 찾는 많은 분이 꾸준히 용기를 사용하고, 쓰레기 대란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내가 직접 실천하진 못해도 좋은 행동이지.’ 하며 많은 상인이 참여하고 응원해준 덕분입니다. 어떠한 제도적 장치 없이 자연스럽게 용기 사용 문화가 정착되어가는 모습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러나 프로젝트 하나만으로 시장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함께 활동하는 자원운동가 친구들과 뜻을 모아 알맹

상점을 열었습니다.

‘껍데기는 가고, 알맹이만 오라’는 알맹상점의 브랜드 슬로건이 인상적입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알맹이를 파나요?

캠페인을 진행하며 줄곧 해온 고민 중 하나가 시장에서 파는 먹거리는 용기에 담아 가져가는 플라스틱 프리가 가능한데, 샴푸나 세제 같은 공산품 용기는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습니다. 고민 끝에 우리가 이것들을 리필하는 리필스테이션을 꾸리기로 의견을 모았는데, 그 결과물이 바로 알맹상점입니다. 이곳에서는 섬유 유연제와 세탁 세제, 차 등을 소비자가 필요한 만큼 준비해온 용기에 담아 구입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가치소비를 실천하는 친환경 컨슈머들의 방문이 꾸준히 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리필 스테이션이 조금 낯선 운영 방식인데, 사업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나요?

리필 스테이션을 기획하고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기존 공산품 대신 내용물만 거래할 수 있겠느냐고 문의할 때마다 호의적이지 않은 답변을 들었어요. 왜냐하면 내용물만 파는 경우 대부분 대규모로 거래하는데, 초기 알맹상점의 매입 단위는 그에 미치지 못했거든요. 차라리 시판 제품을 팔라며 거절하기 일쑤였습니다. 저희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거래처를 확보하는 과정이 무척 어려웠는데, 그럼에도 늘 깨어 있는 누군가는 있더라고요. 한 화장품 브랜드에서 ‘선택지를 가질 소비자의 권리’에 공감하고 저희와 손을 잡았습니다. 해당 브랜드와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자 다른 업체에서도 리필 판매를 해보겠다며 속속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 덕분에 알맹상점의 화장품과 소비재 종류가 늘어나 소비자의 선택지도 보다 넓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의 의식 개선도 중요하지만 결국 기업이 여하지 않으면 알맹상점도 자리 잡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맞아요. 개인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인다고 해도 생산 기업이 변화하지 않는 한 과대 포장과 쓰레기는 계속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반대로 생각해보면 기업이나 시스템 역시 개인이 요구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을 거라고 봅니다. 지난 해 5월에는 환경단체 ‘쓰레기덕질’의 일원으로 시민들과 함께 홍대 거리에 버려진 테이크아웃컵을 줍고 해당 브랜드에 일회용 컵을 돌려주는 ‘플라스틱 컵 어택’ 시민 행동을 함께했어요. 동시에 일회용 컵에 보증금을 부과하고 사용한 컵을 매장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는 ‘일회용컵 보증제’ 서명운동을 진행한 결과 올해 4월에 법이 통과돼 2022년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생산과 유통 단계에서부터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우리의 제안에 긍정적인 답변과 결과물을 보여주는 기업들이 하나둘 늘고 있어요. 모두 시민들과 한목소리를 내 이룬 결과물이죠.

문을 연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알맹상점과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의 변화를 꼽는다면요?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거래처가 다양화됐고 소비자의 구매가 재구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알맹삼점에서는 화장품이나 섬유 유연제 따위를 필요하면 샘플 수준의 아주 작은 양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식구 수가 많지 않은 요즘 같은 시대에 불필요하게 많은 양의 제품을 쟁여두고 쓸 필요 없이 딱 필요한 만큼만 담고 무게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포장 용기 없이 알맹이만 구매하는 건 내게 필요한 적정량이 얼마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자연스레 일상과 지구를 돌보는 일로 이어지게 됩니다.

알맹상점이 그리는 청사진은 어떤 모습인가요?

동네라면 어디든 도서관이 있는 것처럼 알맹상점 같은 리필 스테이션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개인의 의지만 있다면 어디에서나 본인이 가져간 용기에 담을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합니다. 이 같은 문화를 확산하려면 유통망과 자금 등의 자원을 고루 갖춘 대형 업체부터 움직여줘야 하겠죠. 또 저희와 같은 뜻을 갖고 리필 스테이션 운영을 고민하는 분들이 많은데, 알맹상점의 경험을 공유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플라스틱 프리를 위해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는 일회용품을 거절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김밥집의 비닐봉지와 나무젓가락을 거절하고 은박지에 싼 김밥만 들고 오면 됩니다. 집에 가져오면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것들은 거절하세요. 배달 음식을 포기하기 어렵다면 배달 음식 앱에서 ‘일회용 식기를 받지 않겠습니다.’ 라고 쓰인 난에 표시하면 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물건이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게 아니라 옭아맵니다. 먹어서 없어지지 않는 그 모든 것이 우리가 사는 지구를 미세 플라스틱으로 더럽힌다는 점을 기억하면 됩니다.

글 l 한송이, 사진 l 고금숙

* 본 내용은 서울혁신센터에서 기획/발행한 <서울혁신센터 사회혁신 트렌드리포트> 에 수록된 인터뷰입니다. 리포트 전문은 서울혁신파크 홈페이지에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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