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는 지겨워, ‘행동’을 보여주세요_해볼까! 오늘의 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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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나오는 해양쓰레기는 총 14만 9천 톤이라고 한다.” 부유하는 해양쓰레기들은 늘어나는데, 수거량은 점점 줄어든다. 바다가 쓰레기로 채워지기 전에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만 할 것 같다. “전세계적으로 해마다 소녀를 포함해 200만 명에 이르는 여성이 인신매매로 팔려 가고 있다. 강제노동에 시달리는 14세 미만 아동도 1억 9천만 명에 달한다. 피난처에서 생활하는 난민은 2400만 명이다.” 내가 편안하게 앉아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에도 누군가는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다.

매일 환경, 인권, 사회문제에 대한 뉴스가 넘쳐난다. 무슨 행동이라도 해야 할 것만 같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다. 소중한 여가 시간을 쪼개 유기견 봉사활동을 가거나, 여성단체에 기부금을 보내거나, 대안미디어가 만든 뉴스에 좋아요를 누르며 마음을 달랜다. 그러는 동안에도 내가 잘하고 있는지, 내 행동이 사회에 도움이 되기는 할지 의심한다. 의심할수록 행동은 더뎌진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문제와 관련된 행동 제안을 하는 단체 ‘오늘의 행동’은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제안하고, 행동을 돕는 도구를 소개한다. 일회용 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해 지구에 조금 덜 미안해지자고, 한 번 사용한 물이나 빗물을 모아 뿌림으로써 잠시나마 거리의 온도를 낮추자고, 비 오는 날 우산 없는 사람과 우산을 나눠 쓰자고 제안한다. 소소해 보이지만, 지금 있는 자리에서 시민 스스로 할 수 있는 행동을 직접 생각하고 행동하게 하는 활동이다.

서울혁신파크 입주단체나 관련 커뮤니티를 만나 소개하고, 시민들에게 그와 관련된 작은 시도를 추천하는 프로젝트 ‘해볼까 시리즈’에서 이번엔 ‘오늘의 행동’ 정경훈 생활학자를 만났다.

Q. ‘오늘의 행동’ 소개를 부탁드려요.

사회문제와 관련된 행동제안을 하는 단체입니다. 일상 속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제안하죠. 시민 스스로 일상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다양하게 해보게 하는 데 목적이 있어요. 주변 사람과 사회문제에 대한 다양한 소통이 늘어나도록요.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는,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의 변화에 목표를 둡니다. 우리가 변하면 사회문제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이 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일상과 행동을 바꿔 보자!’ 이런 생각인 거죠!

Q. 사회혁신을 이루는 방법은 정책이나 제도적 접근 등도 있었을 텐데요.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신 이유가 궁금해요.

아름다운재단에서 오래 일했어요. 보람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민도 쌓여갔죠. 우리가 장애 아동을 위해서는 열심히 기부하는데, 장애 학교가 동네에 들어선다고 하면 피켓 들고 싸우잖아요. 여성 가장을 위해 기부를 하면서, 여성 가장이 많이 일하는 전화 상담원에게는 막 대하는 사람들이 있고요. 그동안 해왔던 많은 활동이 사회문제에만 주목하고 문제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문제를 변화시키는 것도, 수혜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도 소중한 활동이지만, 평범한 시민이 사회문제를 남이 아닌 내 문제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오늘의 행동’은 이슈 중심의 변화보다 사람 중심의 변화를 지향한다. ‘물을 절약하자’거나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 같은 캠페인성 메시지와는 조금 차별화된 움직임이다.

Q. 이슈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의 행동은 어떻게 다른가요?

기존 활동들은 일반 시민이 주체가 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시민이 참여하더라도, 단체나 주체들이 특정 시기에 특정한 목적을 두고 특정한 방식의 행동을 하는 캠페인 형식이 대부분이었죠. 예를 들어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말자, 텀블러를 사용하자 같은 캠페인이요. 길어도 한 달 정도죠. 그러나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외에도 다양 행동이 있을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한 고려나 (해결방식에 대한 고민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기존 활동 속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어요. 저희는 사회문제를 이야기하지만,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죠. 사람들 스스로 ‘이렇게 해볼까’라면서 해결방식을 나름대로 찾을 수 있도록요.

Q. 사회를 위한 각자의 행동이 목표는 같을지라도 과정에서 상반되는 활동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옷을 사지 않는 대신 소량의 세탁을 자주 하며 환경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누군가는 세탁을 자주 하지 않음으로써 물 절약을 시도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도 그런 적이 있어요. 물 문제를 다루는 비누를 만들고, 관련 매거진을 배포하고 판매도 했거든요. (오늘의행동에서는 사회문제를 색깔과 효능, 메시지로 담은 ‘오늘의 비누’를 제작/판매한다) 비누 패키지에 물 문제에 대한 콘텐츠를 담았죠. 이 비누를 사용하는 동안, 물 문제를 생각하면서 물 절약을 할 수 있도록요. 그런데 그런 의견을 주신 분들도 있었어요. 어쨌든 종이 패키지를 사용하는 자체가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요. 물론 틀린 의견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활동을 하다 보면 생각해 볼 만한 여러 측면이 생기는 거니까요. 그럴 때는 참여하는 시민도 함께 생각해봤으면 좋겠어요. ‘이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고요.

개인이 어떤 한순간에 ‘훌륭한 사람이 되겠어’라고 생각하고 완벽한 실천을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작은 일 하나라도 실천하다 보면 (일상의 다른 순간에도) ‘어? 환경을 생각하는 행동을 해야지’라고 행동이 확장되는 거죠.

‘오늘의 비누’는 열다섯 가지 사회문제를 패키지에 담았다. 각 비누에는 사회문제의 해결책과 연결한 효능을 입혔다. 로즈메리 비누는 기억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효능 덕분에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회적 참사를 떠올리게 하고,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을 주는 레몬그라스 오일 비누는 불안한 청년 세대 문제에 초점을 맞추게 한다. 비누의 가격은 2,000원. 수익금은 물 문제 관련 활동을 하는 사단법인 호이(HoE)에 전달한다.

오늘의 비누

Q. ‘오늘의 행동’이 비누를 만들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다양한 사회문제나 행동 제안들이 생활소비재에 스며들어 사람의 일상 속으로 다가갔으면 해요. 일상 속에서 늘 쓰는 비누, 셔츠, 컵 같은 다양한 소비재 안에 사회문제와 관련된 메시지가 들어간다면 시민들이 평소에도 사회문제나 사회가치를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을 고민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을까? 비누라는 아이템을 먼저 정했고, 비누와 가장 밀접한 게 물이다 보니 물 문제를 이야기해본 거죠.

어린이는 일인 시위하면 왜 안 됨?

‘오늘의 행동’의 핵심활동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콘텐츠를 만들고 사람들에게 제안하는 ‘행동 제안’. 두 번째는 ‘행동을 돕는 도구’를 만드는 일이다. 세 번째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시민을 생활학자로 만드는 것이다. 생활학자는 일상 속에서 우리의 더 나은 삶과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행동을 조사 연구하고 제안한다.

Q. 오늘의 행동 활동 중 ‘행동 제안’에서 하나 소개해주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요?

우리 사회에 혐오와 차별 메시지가 온라인상에서 흘러넘치고 있어요. 그런 글을 만났을 때 어떤 ‘대안 메시지’를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긍정적인 글로 혐오 메시지를 순화시키는 행동을 해보자고 제안 중이에요. 그런 메시지를 아카이빙하는 일도 계획하고 있고요.

Q. 행동을 돕는 도구는 어떤 게 있죠?

2021년 하반기에 일인시위 도구를 만들려고 준비 중이에요. 어린이나 청소년, 단체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웃과 사회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일인시위로 전할 수 있도록요. (이미 많은 분들이 시위를 하고 있지 않나요?) 활동가들은 굳이 도구가 없어도 일인시위를 할 수 있죠. 그러나 어린이나 청소년, 이런 활동에 관여되지 않은 사람들도 삶 속에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오프라인에서 할 수 있도록 알려드리고 싶어요. SNS라는 가상공간에서만 하는 게 아니라요. 시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의견을 표현하는 방법일 뿐인데, 학생들이 이런 걸 하면 불건전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시위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거죠. (어떤 식으로요?) 예를 들면 해외에서는 어떤 분이 매일 어떤 (웃긴) 메시지를 적어 시위하기도 해요. ‘맥도날드 맛없어!’ 뭐 이런 식이죠. 사람들이 사회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싶어요.

오늘의 행동을 돕는 도구들

Q. 게으른 기부 소개도 듣고 싶어요. ‘게으른’이라는 이름을 붙인 이유가 뭘까요?

한국사회는 기부 문화가 많이 활성화되었죠. 2000년 초반에는 한국 사회 총 기부금이 4~5조 정도였어요. 작년 데이터를 보면 14~15조까지 올랐죠. 20년 사이에 3~4배가 늘어났어요. 세계적으로도 한국의 빠른 기부문화 성장에 관심이 많죠. 그러나 질적인 부분에 대해 고민이 들었어요. 양적 기부 문화 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유명 단체들에게 기부금이 편중돼 있거든요. 2~300여 단체가 14조의 절반을 가져가고, 그 가운데 4조 정도를 1등부터 30등 단체가 가져가요. 작은 비영리 단체들은 대부분 기부금 지원을 못 받는 거죠. 기부금은 취약계층에만 써 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기부금이 수혜자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갔느냐에만 초점을 맞춰요. 공익 활동 자체에 대한 응원과 기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희 기부는 수혜자를 지원하는 기부가 아니라, 저희가 하는 목적, 활동에 공감하고 이런 걸 신뢰하고 기다려줄 수 있는 기부죠. ‘나 여기 돈 기부했어. 너네 잘했어? 못했어?’ 관리,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해봐!’라고 말해주는 신뢰의 기부 문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그래서 “우리는 좋아요가 아니라 행동을 원한다”는 슬로건을 만들게 되신 걸까요?

비영리단체들의 (활동방식이) 시민 스스로 활동을 하게 하기보다는 ‘우리가 이런 걸 하니 동의해달라’, ‘좋아요를 달라’, ‘서명을 해달라’, ‘기부를 해달라’는 식이 많아요. 시민이 주체가 되기보다는 활동을 끌어가는 활동가들이 주인공이 되는 문제 해결 방식이죠. 저희는 시민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이 많아지길 바라요. ‘좋아요’보다는 ‘내가 이렇게 했어요’가 더 많아져야죠.

오늘의 행동은 정경훈, 서경원, 김서린 세 명의 생활학자가 활동한다. 다들 비영리 현장에서 오래 일한 활동가들이다. 비영리에서 오래 활동한 이력만큼, 활동에 대한 고민도 깊었을 것이다.

Q. 비영리재단에서 평균 18년간 몸담아온 활동가 3인이 만나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었어요. 세 분은 어떻게 만나셨나요? 어떤 가치가 맞아서 함께 하게 되셨나요?

아름다운재단에서 만났어요. 일을 함께하면서 이런 문제를 같이 고민했죠. 그 고민에 대한 해결책으로 ‘오늘의 행동’ 활동을 생각한 지는 꽤 되었어요. (대표님은 사회생활의 시작이 아름다운재단이었나요?) 대학 때 언론비평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거기서 접한 다양한 사회문제들이 제 삶을 바꿨어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뭘 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죠. 일반 기업에 들어가 일을 하면서는 제 삶에서 가치와 행복을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에 가게 되었죠.

Q. ‘오늘의 행동’은 창업자 세 분뿐 아니라 여러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잖아요. 이렇게 함께 하시는 분들을 생활학자라고 부르죠? 생활학자로 함께 하는 분들을 모집할 땐 어떤 기준이 있나요?

어떤 사회문제를 어떻게 바꿀 수 있을지 찾아내거나 혹은 더 나빠지지 않도록 막으려는 사람들을 생활학자라고 불러요. 생활학자는 저희 같은 활동가 관점에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고, 각자 사회문제에 대한 다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거죠. 어린이, 노인, 장애인, 누구나 생활학자가 될 수 있어요. 딱히 선별하거나 막지 않아요.

Q.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러 섹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점점 더 나빠진다는 생각이 든 적은 없나요? 그럴 때 동력을 잃지는 않나요?

있죠. 세상이 나아지고 있는 걸까, 내가 거기에 기여하고 있는 걸까 회의가 들 때가 있어요. 파편적일지라도 어떤 사건 사고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사회의 안 좋은 단면을 알게 될 때는 좌절할 때도 있죠. 하지만 세상은 천천히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저희 활동가나 비영리단체는 그런 걸 촉진하는 사람들이고요. 우리 일에 가치를 두고 낙관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해요. 시민의 작은 행동들이 쌓이다 보면 점점 더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어요.

Q. 해볼까 시리즈는 사회혁신 관련 활동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는 활동을 제안하고 있어요. 오늘의 행동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가 무엇부터 알아보거나 시작할 수 있을까요?

‘물살이의 길’이라는 도구가 있어요. 하수도 입구에 물고기를 그려 넣을 수 있는 도구죠. 여기에 물고기들이 살고 있으니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담았어요. 흡연자들이 담배 꽁초를 하수구에 버리곤 하거든요. 담배뿐 아니라 여러 쓰레기들이 하수구로 들어가는데 그 물이 결국 바다로 향하잖아요. 바다속 미세플라스틱의 상당수가 담배 필터에 들어가는 플라스틱에서 나온다고 알고 있어요. 쓰레기가 하수구로 들어가면 퍼내는 것 외엔 방법이 없어요. 하수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게 먼저인데, 이런 활동들을 동네에서 가볍게 시작해보는 것들이 의미 있지 않을까 싶어요.

사회변화는 천재적인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다수의 시민이 조금씩 일상의 행동을 바꿀 때, 서로 사회문제를 이야기하고 생활 속에서 소통하며 서로를 이해할 때,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해볼까 시리즈’에서는 ‘오늘의 행동’과 함께 서울혁신파크 안의 숨겨진 좋은 공간을 소개하는 작은 간판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당신도 ‘오늘의 행동’과 함께 해보는건 어떨까?

글 ㅣ 박초롱

사진 ㅣ서울혁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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