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문제 해결 시민 실험실 4편] 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든든한 이웃 울타리’ –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 임영은 이사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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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을 위한 ‘든든한 이웃 울타리’ –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 임영은 이사장 인터뷰

보육시설에서 자란 아이들이 홀로 사회에 나오는 나이는 만 18세. 양육 시설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 지내다 성인이 채 되기도 전에 문밖으로 쫓기듯이 나선 보호종료아동들에게 미래는 마냥 장밋빛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맘 편히 의지할 사람도 없고, 사회적 지원 또한 미비한 상황 속에서 이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기 어려워 방황하기도 한다. 이러한 보호종료아동에게 따뜻한 가족이자 인생의 버팀목이 되고자 나선 이들이 있다. ‘한 명의 아이를 온 마을이 키운다’라는 말처럼 온 열정을 바쳐 은평구 지역 전체를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만들기 위해 애쓰는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의 임영은 이사장을 만났다.

‘든든한 이웃 울타리’ 사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말 그대로 아이들에게 ‘든든한 이웃 울타리’가 되어주고자 하는 사업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보호종료아동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실제로 보호종료아동이 지역과 연결될 수 있는 자립 지원 네트워크는 전무했어요. 보호가 종료되면 아이들이 보육원을 나와 혼자 살아가야 하는데, 사실 시설에서 생활하다 보면 정보를 습득하는 채널이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거든요. 친구 관계도 좁다 보니 취업을 하지 못하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거나 사회에서 고립되는데요. 이러한 아이들이 보호가 종료된 이후에도 다른 대안을 찾고 뭔가를 시도해보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도록, 지역 내에 건강한 네트워크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것을 목표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어요.

해당 문제를 해결하고자 결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은평교육문화협동조합은 은평구 지역에 사는 교육 강사들이 모여 만든 조합으로, 지역 기반의 다양한 사업을 꾸려오면서 상담 중심의 교육과 복지, 문화 관련 사업을 함께 진행해왔어요. 은평구에는 10여 곳의 아동복지시설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영유아부터 고등학교에 다니는 청소년까지 지내고 있는 ‘꿈나무 마을’은 규모가 큰 편이에요. 그런데 얼마 전 해당 시설 내에서 운영하던 학교가 문을 닫게 되어 아이들이 지역 내 일반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그동안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환경 속에서 지내왔던 터라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더라고요. 이러한 아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자 직접 만나보니 “다른 어떤 지원보다도 지역에 안정적으로 안착해 살아갈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라는 이야기를 하더군요.

마침 서울시의 ‘지역문제해결 시민실험실’ 지원사업을 알게 되었고, 지역 내에서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 이를 활용해 문제 해결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장해나가는 해당 사업의 취지가 저희의 방향성과 잘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호종료아동이 직면하고 있는 생존 및 자립 문제는 결국 지역에서 직접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왔거든요. 이번 기회가 보호종료아동의 문제를 푸는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참여하게 되었고, 현재 아이들이 자립하는 데 버팀목이 되어줄 어른들을 모으며 아이들이 마음껏 꿈꿀 수 있도록 지역 내에 든든한 이웃 울타리를 만드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일방적인 지원이나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직접 당당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보호종료아동이 사회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여러 방면에서 노력 중이실 텐데요. ‘건강한 네트워크’가 중요한 이유에 대해 좀 더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보육시설에서 지내면 우선 먹고 자는 일은 해결되지만, 사회적 소외감은 여전히 느끼거든요. 그렇다 보니 보호가 종료되면 막막한 마음에 마음 아픈 선택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또, 시설 내 위계질서가 강하다 보니 폭력의 대물림이나 갈취 문제가 나타나곤 하는데요. 보호종료 이후에도 선배라는 관계적 위력을 행사해서 대출을 받게 하는 사례라든지 보육시설 내 관계가 건강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점이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전의 관계에서 벗어나 건강한 관계를 새롭게 만들어주는 과정이 꼭 필요한 것이죠. 게다가 당장 독립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돈 자체를 인생의 목표로 놓고 맹목적으로 쫓게 되기 쉬워요. 돈 때문에 범죄에 쉽게 연루되기도 하고요. 지역 내 끈끈한 네트워크가 있다면 이를 사전에 충분히 예방할 수 있어요.

현재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우선 지역 내에서 사업에 참여하고 싶은 아동이 있는지 조사하고, 그중 의욕이 있는 사람을 별도로 뽑아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보호종료아동이 직접 자신과 가까운 친구와 선후배를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 정책을 제안할 수 있도록 연구를 진행하는 건데요. 현재 참여하고 있는 보호종료아동은 10명이고, 아직 보육시설에서 생활 중인 예비 보호종료아동이 3명이에요. 예비 보호종료아동의 경우 지금 직접 참여하진 못해도 올해 말이면 시설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고 있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그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단계적인 지원과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게 목표입니다.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일 것 같습니다.

은평구는 워낙 공동체 성격이 강한 지역이에요. 공동체 관련 사업도 많이 진행되고, 다양한 지역 축제도 꾸준히 열리고요. 지역 주민이 축제 전 과정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은평누리축제’가 지역 축제의 우수사례로 소개될 정도로 시민사회가 성숙하고, 지역 내 분위기가 잘 조성이 되어 있어요. 이처럼 마음먹은 활동에 대해 정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도 많지만, 사실 이곳에서 돈을 벌기에는 상당히 열악한 환경이기도 해요. 규모가 큰 기업이 특별히 있는 것도 아니고 지역 내에서 이익을 창출할 기회가 많지 않죠. 그렇다 보니 취업을 한 뒤에는 직장 위치에 따라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가 많고, 꿈나무 마을 출신 친구들도 현재 보호종료 이후 뿔뿔이 흩어져서 사회적 관계를 좀 더 끈끈하게 만들고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어요.

지역 내에서 보호종료아동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 모델을 함께 만들어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 주제가 정해진 건가요?

유기견을 임시 보호할 수 있는 애견 카페를 구상하고 있어요. 아무래도 아이들 대부분이 애착 관계가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경우가 많아 자신을 신뢰하고 따르는 동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버려졌다는 공감대 때문인지 유기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고요. 실제로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기도 하고, 반려동물 관련 학과에 들어가거나 사육사 쪽으로 진로를 정하는 경우가 많아요. 결과적으로 유기견 관련 사업을 직접 기획해 운영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된 거죠. 저희는 기술적인 면에서 도와줄 선생님을 연결해주거나 비즈니스 모델 설계를 돕는 커리큘럼을 마련해주고 있어요.

경제적인 어려움은 물론 심리적인 문제도 클 텐데요. 이런 부분은 어떻게 도와주고 있나요?

‘마을 부모’라는 멘토로 구성된 뿌리식구 모델을 기획하고 있어요. 사실 보호종료아동 문제에 관심이 있는 어른들이 꽤 많아요. 현재는 멘토 선생님이 네다섯 분 계신데, 그중에는 은평방과후지원센터 센터장님, 은평아동청소년네트워크의 공동대표님도 계세요. 저희는 먼저 아이들의 관심사를 정리하고 그 내용에 맞춰 어떤 어른을 어떤 방식으로 만날 때 더욱 효과적일지 세심하게 조율하고 있어요. 그리고 ‘작공’이라는 청소년 카페 대표님과 선생님들이 각 아이마다 멘토링을 해주고 계신데요. 아이들 일상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밥을 같이 먹으며 편하게 나누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한지를 물어봐요. 이렇게 생활 멘토링이 진로 멘토링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어요.

보육시설의 아이들 대부분은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진로에 대해 고민할 여유도 없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이 가능한 특성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돼요. 한 친구는 어렸을 때부터 디자인 감각도 있고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본인은 디자인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싶었지만, 주변에서 안정적인 직장에 가야 한다고 재차 만류하는 바람에 은행·보험 분야 쪽으로 진로를 바꿨다고 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그 꿈을 포기할 수 없어 결국 일을 그만두고 패션 실용 학교에 다시 들어갔는데, 그렇게 진로를 다시 고민하고 있을 때 저희를 만난 거죠. 저희는 이 아이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진로 멘토가 되어줘요. 패션쇼에 함께 가주기도 하고, 고민이 있을 때는 포기하지 않도록 힘을 북돋아주면서 마음속 이야기를 들어주는 거죠.

보호종료아동들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담아낸 영화도 조만간 제작될 예정이라고요.

이전에 보호종료아동들의 모습을 담아낸 영상 캠페인이 진행된 적이 있어요. 그때 비슷한 환경에서 살아가는 친구들을 보면서 아이들이 공감하면서 용기도 얻고 마음이 좀 더 열리는 계기가 되었거든요. 이처럼 아이들의 삶을 좀 더 가까운 시선에서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보자 싶었고, 아이들과 오랜 인연이 있는 영화감독님을 섭외했어요. 가이아TV 대표로 계신 분인데, 다큐멘터리 작업도 많이 하시고 지역에서 많은 활동을 해오신 터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인간적으로 담아내 주실 것으로 생각했어요. 무엇보다 일단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촘촘히 기록해두자’라는 생각이 가장 커요.

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뿌듯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이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밝고 건강해서 오히려 제가 매일 감동을 받고 있어요. 특히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등으로 심리 치료를 받고 있었던 친구가 상담과 멘토링을 꾸준히 진행한 결과 무척 활발해지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화한 사례가 있어요. 이제는 그 친구가 마을의 마당발이 되었는데, 여전히 힘든 일이 있으면 선생님을 의지해준다는 점이 정말 감사하죠. 이렇게 좋은 관계를 경험하면 아이들의 불안정한 감정과 애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어요. 앞으로 삶의 가치를 찾고 자기자신을 존중하며 사랑하는 아이들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이번 사업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향후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친구들과 이후에 대인관계 기술이나 지역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조사해 결과물을 정리하려고 해요. 이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각자도생하고 있었다면 이번 계기를 통해 여러 사례를 공개하고 긍정적인 자극을 주는 거죠. 더 이상 숨어있지 말고 사회 바깥으로 나오도록 유도해서 함께 영화도 만들고, 사업도 기획하고요. 디자인 기업 ‘소이프(SOYF)’처럼 보육시설 청소년의 자립을 돕는 기업이라든지 이번 사업 과정에서 발굴한 개인후원 회원들, 그리고 보호종료아동들을 모아 공감대를 형성하고 결과적으로는 100명의 후원조직을 만들어낼 계획입니다. 가까이 살면서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적당한 거리’가 유지될 때 상호 돈독하고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건강한 지역 환경을 든든한 이웃 울타리가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김지영

사진 김영동

제작·편집 어반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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