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에 내가 가꾸는 밭이 있다_해볼까! 퍼머컬처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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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디자인하는 퍼머컬처. 그 원리를 따라 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제로웨이스트, 전환마을, 비건, 소수자를 위한 운동까지 이어진다. 자신이 앉은 자리가 너무 넓지는 않은지, 누군가의 자리를 침해하는 건 아닌지 살피는 사람들, 나뿐만 아니라 ‘우리’를 생각하는 이들은 무엇이 다른 걸까? 서울혁신파크에서 공동체텃밭을 가꾸는 전환마을은평 대표 소란은, 언제부터 퍼머컬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걸까?

도망치듯 떠난 곳에서 만난 새로운 가능성

소란님이 퍼머컬처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대에서 30대 초반까지 여성 운동을 했었어요. 2002년에는 여성해방연대도 만들었죠. 이후에 성폭력 가해자를 대상으로 교육을 2~3년 정도 했었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회의가 들더라고요. 제가 상담을 한다고 해서 그들이 바뀌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래서 도망치듯 집을 정리하고 해외로 나가기로 결심했죠. 살기 좋은 마을을 검색했더니 영국 토트네스가 나오더라고요. 잘 모르고 갔는데 도착해서 보니 그곳이 전환마을이었어요. 퍼머컬처도 그래서 알게 되었죠.

어쩌다 토트네스에서 오래 머물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그냥 놀았죠. 사람들이 정이 많고 마치 고향집에 온듯한 느낌인데 묘하게 개인적이기도 해서 참 자유로우면서도 돌봄을 받고 있는 느낌이었어요. 마을이 너무 좋아서 더 있고 싶어졌는데, 그러려면 학생 비자가 필요했고요. 마침 그곳의 슈마허 대학에 전환마을경제학 활동가 과정 같은 게 있어서 다니다가 전환마을 관련 일을 해보지 않겠냐는 제의를 받은 거죠. (그런데 왜 한국으로 돌아오셨어요?) 제 비전은 한국에 있는 것 같더라고요. 한국에서 전환마을운동을 해보고 싶었어요. 생태적인 일을요. 개인적인 가족사도 있었고요. 2012년 말에 들어와서 2014년에 퍼머컬처학교를 열었어요. 왔죠. 제가 뭘 하고 싶으면 학교부터 열거든요. 자연스럽게 퍼머컬처를 기반으로 한 전환마을을 만들었고, 2015년 ‘전환마을 은평’을 선언하게 됐죠.

소란은 한국에 돌아와 퍼머컬처학교와 자립자족학교, 잡초라도충분한풀학교 등을 만들었다. 작은 땅과 텃밭에 농사를 짓고, 풀을 뜯어 잔치를 열었다. 퍼머컬처학교는 충남 금산 남이와 경기도 남양주 두물머리 등으로 확산되었다.

퍼머컬처가 전환마을운동으로 이어지는군요

퍼머컬처를 하던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마을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퍼머컬처 디자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마을 전체가 그 가치에 동의하면서 전환마을이라는 개념이 생긴 거죠. 그 전환마을을 가장 먼저 본받아서 들여온 마을이 토트네스이고요. 영국은 그런 선언이 있은 후 2~3년 만에 500개 마을이 전환마을을 선언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빨랐어요. 곧이어 독일이나 프랑스 등 50여 나라로 확장되었죠. 21세기에 들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운동이에요.

우리나라는 어떤가요?

우리나라에서도 금산 간디학교, 대안학교들 중심으로 전환마을 선언이 이루어졌어요. (잘 되나요?) 공유지가 없어서 힘들고, 공공기관하고 일하다 보면 행정이 자꾸 바뀌어서 어려울 때도 있어요. 우리나라는 실제로 공유지라고 할 만한 곳이 거의 없거든요. 서울혁신파크가 그래서 더 중요해요. 기후대응위기의 모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지금, 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서울혁신파크에서 하는 퍼머컬처가 외부의 퍼머컬처 학교와 차별점이 있나요?

파크 안의 퍼머컬처는 좀 더 로컬리티가 있어요. 기후농부들이 밭까지 걸어서 올 수 있거든요. 원래 자기가 산책하던 길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가까이 사시는 분들, 직장이 주변이신 분들이 많이 오셔서 특이하다고 생각했어요.

퍼머컬처의 매력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쉽사리 해볼 수 없는 실습을 통해 일상과 퍼머컬처를 연결하고 있는 소란은 앞으로도 서울혁신파크에서 이런 기획이 지속되어야 ‘지역성’이 살아있는 퍼머컬처의 문화가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크 안에서 하는 프로그램 중에 오디세이학교학생들과 하는 부침개연구소 같은 것도 있다고 들었어요.

네. 오디세이학교는 학교 밖 학교거든요. 일 년 정도 과정을 밟는 대안학교 같은 곳인데요. 교육 프로그램 중 농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퍼머컬처와 연관된 교육을 하게 된 거죠. 교육과정 이름은 ‘부침개 연구소’인데요. 농사를 지어서 그 작물로 부침개를 만들어요. 최상의 레시피를 만들어야 합니다. 어떤 부침개를 만들겠다든지, 각 나라의 부침개를 연구해보겠다든지, 로컬푸드로 만들어보겠다든지 하는 디자인도 직접 해보고요.

퍼머컬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일상에서 무엇부터 시작할 수 있을까요?

다년생 작물을 키우는 농지를 만들어보시길 권하고 싶어요. 혼자 작게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도 일년생 농사에 치중하시거든요. 다년생 작물을 다양하게 키워 봐도 생각보다 수확량이 좋을 거예요. (밭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죠?) 그래서 저희는 공유지 운동을 해요. 공유지를 만들고, 농업학교를 세우고, 일 년 정도 공동체 실험을 해보려고요. 퍼머컬처농장이 생기면 결국 그 마을은 전환마을이 되거든요.

좀 더 작게 시도해볼 수 있는 활동은 뭐가 있을까요? 해볼까 시리즈 취지에 맞게요.

삼시 세끼 중 다만 하루 한 끼만이라도 내가 기른 작물로 식탁을 채워보라고 권해보고 싶어요. 이것만 해도 굉장히 건강해집니다. 집에 상자 하나만 활용해서 채소, 야채류 같은 작물을 키울 수 있거든요. 인간은 유일하게 폐기물을 만드는 종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요새 저희는 '폐기물 없는 존재가 되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런 활동도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같이 했을 때 지속적으로 하게 되거든요. 결국 관계를 통해 사람이 바뀌는 거죠.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 곁에 있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관계를 확장하며 배우면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도 고민할 수 있고 관계 속에서 평안함도 얻을 수 있거든요.

소란은 앞으로 로컬푸드가 도시에서 실현 가능하다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많이 선물하고 싶다고 했다. 언젠가 자본에 의지하지 않으면서 공동체를 만들어보고도 싶다고,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퍼머컬처를 통해 밭에서 수확하는 작물들로 공동체 사람들과 거나한 파티를 열어보고 싶다고도 말했다.

꼭 퍼머컬처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더라도 하루 한 끼를 내가 만든 작물로 채워보는 것. 그건 작은 도전이지만 어쩌면 지속가능한 삶, 공동체와 함께 하는 삶의 첫걸음이자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다. 오늘부터 시작해볼 수 있지 않을까?

글 ㅣ 박초롱(출판사 딴짓)

영상 ㅣ요지경필름

정리 ㅣ서울혁신센터